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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세원의 중독과 탈중독

[라세원의 중독이야기 #4] 중독의 특징(3C)

by 마지막겨울 2023.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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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과 자유의지" 네 번째

우리가 중독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면 우리가 중독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게 중독을 예방하고, 이미 진행된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즉 우리가 중독을 이해하고 어떤 때에 중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구분할 수 있다면, 그리고 우리의 상황이 어느 정도에 있는지 인지할 수 있다면 중독의 끝에 다다르기 전에 우리가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Photo by pixabay

 


우리의 일상에서 ‘중독’이라는 단어는 이미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


뉴스에서는 마약이 밀반입되어 우리나라가 더 이상 마약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이처럼 우리는 중독을 일상적으로 듣고 빈번하게 접하지만 명확하게 중독을 구분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우리가 감기에 걸렸다면 우리는 우리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감기에 걸리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기침을 하고 코가 막히고 열이 오르는 일련의 증상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처럼 어떤 질병을 인식할 때 질병의 증상을 인지하여 질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비교적 정확하게 어느 날을 기점으로 감기에 걸렸는지 추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독은 진행되는 질병이기에 대부분 갑자기 없던 증상이 새로 생겨나지 않는다. 물론 중독에 대한 진단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증상으로 중독을 진단하기보다 중독의 정도가 더 심해져서 발생하는 결과를 바탕으로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즉 중독이라는 꽃은 우리의 습관을 이용하여 서서히 꽃봉오리를 맺는다. 따라서 우리의 중독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중독으로 인해 생긴 증상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고 더 심각해졌는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하나의 사례로 알코올 중독을 생각할 때 우리가 ‘무엇’에 초점을 맞춘다면 많은 양의 술을 자주 먹기 시작한 시점과 ‘블랙 아웃’처럼 눈에 띄는 문제들을 경험한 사람들을 중독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많은 양의 술을 빈번하게 마신다면 충분히 중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은 술의 양과 빈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즉, 많은 양의 술을 매일 먹는다고 모든 사람이 중독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중독은 일반적으로 소위 ‘3C’로 불리는 세 가지 특징을 포함한다.


첫 번째는 강박적(Compulsive use)인 사용이다. 강박이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특정한 사고나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커피를 예로 들면, 처음에는 나의 선택에 따라 커피를 마신다고 하지만 후에는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에 커피를 꼭 마셔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만약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커피를 마시는 것과 같다.

두 번째는 통제력 상실(loss of Control)이다. 통제력을 상실한다는 말은 내가 생각하고 예정한 계획보다 더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유튜브를 하나만 보려고 했는데 계속해서 보고 있거나 SNS 사용 시간을 줄이려고 했는데 빈번히 실패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부정적인 결과에도 사용을 지속한다는 점(Continued use)이다. 예를 들어서 밤새 게임을 하다가 늦게 출근하게 되었고 직장에서 한 소리를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돌아와서 다시 게임을 한다면 부정적 결과에도 사용을 지속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우리의 중독 문제를 돌아볼 때 ‘무엇’에 초점을 맞춘다면 드러나는 증상이 없기에 중독 문제를 지나쳐버릴 수 있다. 따라서 ‘얼마나’를 포함하여 우리의 문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각각 중독마다 자기 기입식 척도를 통해 중독을 검사해 볼 수 있지만, 중독의 문제는 조금 더 복합적일 수 있기에 자기 기입식 척도와 함께 앞선 중독의 특징에 해당하는 경험이 있는지 떠올려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만약 중독의 특징에 해당되는 사항이 있다면, 왜 어떤 행동에 대해 강박적인 느낌을 받는지, 빈번히 통제에 실패하고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위하여 반복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중독은 어떠한 대상에 노예가 되는 것을 말한다.

노예는 자신이 스스로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시키는 데로 주인의 뜻에 따라 살면 된다. 이처럼 중독이란 무언가에 의존하는 것이다. 끝없이 의존적 행동을 반복하지만 공허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중독이란 드러나는 결과일 뿐 그 속에는 우리가 채우지 못한 욕구가 잠재되어 있을지 모른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영원한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매거진 ‘마지막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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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라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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