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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세원의 중독과 탈중독

[라세원의 중독이야기 #5] 중독자의 부정, 투사, 합리화

by 마지막겨울 2023.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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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독은 분명히 뇌와 관련이 있으며 중독성 물질과 중독의 위험이 있는 행동들은 우리의 보상회로와 관련된 도파민에 영향을 주면서 우리를 점점 더 중독에 몰두하게 만든다. 뇌의 기능에 작용하는 중독은 이전에 언급한 것과 같이 일반적인 사고로는 우리가 쉽게 알아차리기도 어렵고 더군다나 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어 나타나면 더더욱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앞선 과정이 생리적인 과정에 따라 중독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이유라면, 이와 함께 심리적인 측면에서 중독과 관련된 공통적인 심리적 기제가 있다. 이른바 ‘중독성 사고’이다. 

 


‘중독성 사고’는 중독자의 시간개념, 인과관계처럼 개인적 사고 과정과 타인과의 갈등, 어떤 상황과 타인에 대한 기대처럼 대인관계, 더 나아가 영성, 영적 공허감처럼 하나님과의 관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독성 사고’라고 불리는 중독 시에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사고 현상이 처음으로 인정된 것은 A.A.(Alcoholics Anonymous: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에서였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서 중독자들이 경험하는 비정상적인 사고 현상을 두고 ‘악취가 나는 생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러한 ‘중독성 사고’는 중독자의 시간개념, 인과관계처럼 개인적 사고 과정과 타인과의 갈등, 어떤 상황과 타인에 대한 기대처럼 대인관계, 더 나아가 영성, 영적 공허감처럼 하나님과의 관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독성 사고를 대표하는 세 가지 심리 기제는 ‘부정’, ‘합리화’, ‘투사’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부정’은 의식화하기에는 불쾌한 어떠한 생각과 욕구, 충동 및 현실 등을 무의식적으로 부정하여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려는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죽음 자체를 부인하는 경우, 혹은 전쟁의 공포를 없애기 위해 전쟁의 비참함에 눈을 감아버리는 것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사람들은 때때로 불안을 일으키는 현실을 실제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특히, 자존감이 낮고 수치심이 많은 중독자의 경우 더 큰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중독자에게 자신이 중독자라는 사실과 이를 인정한 뒤에 약물이나 중독성 행동을 다시 할 수 없게 되는 것, 자신이 통제력을 상실하고 무기력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만큼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합리화는 매우 정교하다. 무언가에 중독이 되면 이를 반복해야 하는 그럴듯한 이유를 댈 수 있다.



  두 번째는 ‘합리화’이다. 합리화는 어떠한 행동 속에 숨어있는 실제 동기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자아가 의식에서 그럴듯한 이유를 제공하여 자신의 숨겨진 동기를 감추려는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어기제는 ‘신 포도 반응’이라고도 불리는데, 이솝우화의 내용처럼 여우가 포도를 먹지 못하자 포도를 바라보며 “저 포도는 시고 맛이 없어서 안 먹어”라고 말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합리화는 무엇보다 행위를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의 관심을 진실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이솝우화의 예를 보면 합리화에 속는 사람이 어리석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합리화는 매우 정교하다. 무언가에 중독이 되면 이를 반복해야 하는 그럴듯한 이유를 댈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담배를 피던 동기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동기는 담배를 끊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자신이 담배를 피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고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돼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바에는 차라리 담배를 피우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에게 있어서 금연과 갈등은 공식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BananaStock


우리가 느끼는 부정적인 충동, 생각, 행동을 타인에게 돌리게 되면 우리는 우리의 부정적인 측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에 타당성이 부여된다. 어떠한 문제가 타인으로부터 비롯되었다면, 타인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 번째는 ’투사‘이다. 투사는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충동이나 생각, 행동 등을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와 같은 투사가 심할 경우 관계망상 혹은 피해망상을 일으키는 등 환각, 망상 형성을 형성하게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투사에 대한 예를 들면 자기 자신이 느낀 분노를 다른 사람이 화를 냈다고 생각하는 경우와 자신이 미워하는 선생님에 대해 선생님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가 느끼는 부정적인 충동, 생각, 행동을 타인에게 돌리게 되면 우리는 우리의 부정적인 측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에 타당성이 부여된다. 어떠한 문제가 타인으로부터 비롯되었다면, 타인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특히 중독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투사를 통해 자신의 부정을 강화하거나 현상을 유지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중독성 사고의 대표적 세 가지 ’부정‘, ’투사‘, ’합리화‘는 중독의 문제를 경험하고 있지 않더라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사고의 과정들이다. 심리적 방어기제는 우리가 고통스러운 상황을 마주할 때 우리를 보호하고 그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활용하는 방법이며 누구나 이러한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다. 비록 결과가 같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방어기제는 의도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거짓말과 다르며 당사자에게는 그 사고의 과정 자체가 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러한 ’악취가 나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안타깝게도 타인과 자신 모두를 기만하게 만들고 결국 우리가 중독의 문제에서 더욱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은 심리 기제를 활용하고 살아가는데 왜 어떤 사람은 중독성 사고를 발달시키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고 체계를 발달시키게 되는 것일까.(다음기사에 이어집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영원한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매거진 '마지막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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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라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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