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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세원의 중독과 탈중독

[라세원의 중독이야기 #8] 살인예고와 SNS 중독

by 마지막겨울 2023.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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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23년 7월 21일 신림동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을 시작으로 사건이 발생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8월 3일에 서현역에서 또 다시 범죄가 발생하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 및 테러가 우리사회를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특히 신림역 살인사건의 범인이 남긴 “그냥 X같아서 죽였다”는 범행 사유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평소와 같이 생활하는 그 누구라도 무고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또한 이와 함께 이를 모방하듯 쏟아진 약 400여건의 ‘살인예고’는 고속터미널역 및 용인에서 검거된 살인미수 사건을 통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우리 사회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또한 검거된 살인예고 게시물 게시자 중 대부분이 10대, 20대라는 사실과 이러한 살인예고의 이유가 대해 “장난이었다”는 응답은 다시 한번 충격을 주었다. 실제로 울산의 한 초등학교는 흉기난동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고 글이 번지며 휴교하게 되었는데 이를 올린 사람이 같은 학교의 초등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살인 예고와 관련하여 무차별 칼부림과 같은 범죄를 테러행위로 간주하고 경고 없는 사격 및 전술 장갑차의 배치 등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 밝혀지며 잇따른 살인 예고는 점차 줄어드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모방범죄가 언제든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는 여전히 그 불안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

 

강경한 대책이 없더라도 살인 예고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한 시점에서 살인 예고라는 행위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불안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추론을 하지 않더라도 살인이라는 행위를 예고하는 일이 장난으로 여겨질 수는 없다. 그런데 왜 백명을 훌쩍 넘는 수의 사람들이 살인을 예고하게 되었을까?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살인예고’가 SNS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타인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게시물을 올림으로써 사람들의 반응을 즐길 수 있으며, 실제로 이러한 일을 저지르지 않더라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살인예고를 10대 20대의 삶의 연장선 위해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각종 게임과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 유튜브 등이 삶의 한 부분으로 기능하는 삶을 생각한다면 ‘좋아요’와 ‘댓글’반응이 이들 세대가 느끼는 감정이며 이러한 폭발적인 이목의 집중은 삶의 희열을 부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조사된 2021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20대의 95.8%가 SNS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20대에게 SNS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당연한 문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SNS는 현대 사회에 새롭게 만들어진 공간으로 사용자 간 자유로운 의사소통 및 사회적 관계를 생성, 강화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장점이 있다. 물리적인 제약을 뛰어넘어서 수 없이 많은 사람들과 편리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연결될 수 있다는 장점은 이러한 SNS를 이용하는 주된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 우리사회에 일어난 살인예고는 이러한 SNS의 순 기능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더 보여주는 것 같다. 물리적인 제약을 뛰어넘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관계를 표현하는 수단인 ‘좋아요’와 댓글 ‘반응’이 수단을 그 자체로 아닌 목적이 된 것이다. 이는 극단적인 경우로 생각될 수 있지만, 돌이켜보면 SNS를 통해 가짜 명품을 진짜인 것처럼 올려 이슈가 되었던 일련의 사건들도 ‘카푸어’도 타인의 반응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양상이 바뀌었을 뿐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이러한 타인의 반응은 반복적인 강화를 통해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대표적인 SNS의 중독적 사용을 인정하며 페이스북, 트위터 중독 장애(facebook twitter addiction disorder)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SNS 중독과 관련된 연구를 살펴보면 담배나 술의 중독보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를 확인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하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SNS를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시력 및 수면의 질 저하 뿐만 아니라 알코올, 마약 중독처럼 금단 및 내성을 비롯한 불안, 우울 등의 정서적인 문제를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는 누구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가 없다면 분명히 우리 삶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스러운 욕구가 긍정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나’라는 존재가 먼저 자리해야 한다. ‘나’라는 기준이 없이 타인의 반응에 따라 내가 정의된다면 타인의 반응에 점점 더 집착하기 쉽고 더 의존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영원한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매거진 '마지막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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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라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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