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 사고에 대해서는 1983년 데이비드 세들럭(David Sedlak) 박사의 논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데이비드 세들럭박사는 이러한 중독성 사고를 “스스로 일관성 있게 건전한 결정을 내리는 능력의 부재”라고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중독성 사고는 도덕적 결함으로 인해 의지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병으로서 의지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의 상실이라고 주장한다.
세들럭 박사는 이러한 중독성 사고가 자신에 대한 추리 능력이 없는 특징을 가진다고 보았는데, 이에 대하여 아브라함 트월스키 박사(Dr. Abraham Twerski)는 알코올, 약물, 도박, 성, 식이장애, 니코틴, 공동의존 등 다양한 중독의 영역에서 예외없이 볼 수 있는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에 대한 추리 능력이란 ‘조절 망상’으로 대표될 수 있는데, 중독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자신이 담배를 조절하여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공동의존(Co-dependence)성향이 있는 사람이 중독자에 대하여 중독자를 통제하여 중독의 증상에서 벗어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독의 문제로 인해 여러 어려움을 경험했고, 중독을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이 중독의 문제를 더 이상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추론이 정상적이지만 중독성 사고를 가진 사람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특히 조절과 통제에 대한 착각은 어떠한 상황이 가진 위험성을 보다 축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위험인식과 관련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 가진 위험성을 판단할 때 사건이 얼마나 끔찍하고, 낯설고 통제가능한지에 따라 위험의 심각성을 다르게 판단한다.
연구 결과 실제로 사람들은 항공기사고가 흡연과 알코올보다 심각한 위험을 내포한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는 항공기 사고로 사망하는 연간 사망자 수보다 알코올, 흡연 등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망자 수가 많았다. 즉, 중독은 어떤 행동이 반복되면서 익숙해진다는 점에서, 그리고 중독성 사고로 인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위험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독성 사고로 인해 중독으로 경험할 수 있는 위험이 축소되고 간과된다면 반대로 자신에 대한 추리 능력을 발달시키는 게 중독을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추리 능력에 대해 새들럭 박사는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첫째, 현실에 대한 정확한 사실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는 자신이 경험하는 문제들, 가령 알코올이 조절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증상이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결과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선택을 할 때 기초가 되는 바른 가치관과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문화의 영향속에서 가치관과 원칙을 발달시키는데, 만약 술을 많이 마시는 모습과 흡연을 하는 모습이 멋있는 이미지로 그려지는 문화속에서 자란다면 주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서 알코올, 흡연에 보다 가까워지기 쉽다. 따라서 문화적 영향에 속에서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바른 가치관과 원칙이 발달된다면 중독과 관련된 해로운 습관을 상대적으로 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건전하고 왜곡되지 않은 자기 개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건전하고 왜곡되지 않은 자기 개념을 가지기 위해서는 특히 어린시절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오랜 시간 부모님의 영향속에서 보호를 받으며 자라난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을 만날 때 일반적으로 자신의 부모에게 의존하게 되는데, 부모의 양육태도가 비합리적이고 정의롭지 않고 독단적이라면 아이들은 불안을 더욱더 크게 경험한다.
아이들은 어떠한 사건과 상황에 있어서 그들의 부모님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무런 이유 없이 학대를 당할 때에도 오히려 아이들은 자신을 탓하고 자신의 부족을 탓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불안과 두려움을 경험할 때 의존할 수 있는 대상의 문제를 인정하는 일은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을 불러온다. 따라서 아이는 자신의 부모가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학대 및 부정적 상황에 대한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게 된다. 이러한 존재의 부정이 반복되면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어서 개인의 자존감은 낮아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자신에 대한 추리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무기력하지 않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올바른 부모의 교육과 양육환경 속에서 자란 개인은 성장하면서 무기력한 느낌을 대부분 떨치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개인이 경험하는 양육환경과 관련되어 있는데, 만약 자녀에게 부모가 과도하게 기대하는 경우 아이는 부모의 요구에 반드시 부합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껴서 이에 좌절될 경우 스스로를 부적합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부모가 아이가 자라면서 성취해야 하는 일련의 적당한 과업을 대신해준다면 아이는 자신이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
아이가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자신에 대한 인식은 이들의 사고와 행동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기대에 좌절하거나 스스로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 자아를 발달시키는 데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부적합하다는 느낌은 개인이 현실에서 도피하기 쉽게 만들 수 있는데 이는 종종 기분을 변화시키는 약물을 사용하게 만들 수 있다.
중독성 사고의 저자 트월스키 박사는 이러한 사고의 왜곡이 꼭 약물사용으로만 드러나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거절에 대한 두려움, 불안감, 소외감, 절망감 등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데, 이러한 양상의 특징은 모두 낮은 자존감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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