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즘은 1960년대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발전한 예술 사조로 기존의 모더니즘 미술에 반하며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한다. 최소한의 색과 기하학적인 요소를 사용하는 데 있어 네덜란드의 테오 반 되스부르크와 몬드리안이 주축이 되어 전개한 더 스테일(De Stijl) 운동과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미니멀리즘은 패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니멀룩 또는 미니멀 스타일 역시 장식적인 요소를 최소화, 색의 사용을 단순화하여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미니멀 패션은 소재와 품질에 집중하며, 입었을 때 모던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실루엣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을 선호하고 특이한 패션을 좋아하며 유행을 좇는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매 시즌 크게 다르지 않은 디자인을 선보이는 미니멀룩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반대로,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과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이들에게는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미니멀 패션이 제격이다. 여러 패션 스타일을 돌고 돌아 미니멀 룩으로 정착하는 이들도 종종 볼 수 있다.
기본적이면서도 깔끔한,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룩을 연출할 수 있어 국내에서는 미니멀 패션이 일명 남친룩과 연관되어 유행하기도 했다. 미니멀리즘 패션의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질 샌더, 헬무트 랭, 스튜디오 니콜슨, 아크네 스튜디오, 메종 마르지엘라 등이 있다.
단순하고 심플하게, 미니멀 라이프
다다익선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미니멀리스트에게는 이 말이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많이 가지면 더 행복한 삶을 살 것으로 생각할 때가 많지만 물질의 과다 속에서 정작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쌓여만 가고 있다. 의미 없는 소비 행태를 반복하는 사람들은 소비의 목적을 잃은 채 소모적인 소비 자체가 목적이 되어 월급이 통장을 스쳐 가는 경험을 하지만 그들은 달라 보인다.
미니멀 라이프를지향하는 사람들, 즉 미니멀리스트들은 꼭 필요한 것만 두고 자기 삶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덜어내며 최소한의 것들로 살아간다. 그들은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정말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부족함 속에서 삶의 풍요로움을 되찾게 되었다고 말한다.
9년 전 튀르키예에서 한 미니멀리스트 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만화가로 활동했는데, 전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몇 개월 동안 그 나라에 정착하고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구한다. 현지에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일하면서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에피소드를 통해 영감을 얻어 만화를 그리곤 했다. 그들은 최소한의 것만 소유하고 물질이 아닌 서로의 관계에 집중하며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충실히 기록했다. 부부는 진정 여유로운 미니멀 라이프를 즐기는 듯해 보였고 필자는 그들을 통해 미니멀 라이프를 배웠다.
기독교 미니멀리스트
성경과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기독교인들은 진정 미니멀리스트이다. 우리는 물질의 소유보다는 믿음과 영적인 가치에 더 중점을 둔다. 탐욕은 죄와 연관이 깊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이것을 경계하고 멀리하고자 한다. 자신의 부를 쌓는 것보다 가난하고 굶주린 이들을 돕고 이웃을 섬기는 삶을 사는 것, 배불리 먹고 값비싼 옷을 입는 것보다 하나님의 사랑과 십자가의 복음을 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그리스도인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 기독교인들은 교회 안팎에서,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선택적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하나님과 대화 대신 세상 사람들 또는 자신과의 소통을 즐긴다. 하나님과의 영적 관계를 덜어내고 교회에서의 봉사와 전도를 포기하며 세상의 것으로 내면의 공허함을 채우려 한다. 아이들은 예배와 기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쁨보다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얻는 쉽고 빠른 즐거움을 선택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체성을 회복하고 과한 욕심을 걷어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덜어내고 버리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자신의 중심 가치, 최우선적인 가치를 선정하라고 말한다. 가장 소중하고 지키고 싶은 것을 깨닫고, 그 기준을 통해 자기 삶을 경영하라는 것이다. 우리 삶에서 무엇이 가장 가치 있는지를 알아야 그 이외의 것들을 덜어내고 그것에 집중할 수 있다.
최근에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 버스에서 수첩에 메모하며 가다가 옆 좌석에 놓은 것을 잊고 내린 것이다. 근래에 이렇게 기도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간절히 기도하며 찾을 수 있기를 하나님께 강구하는 나를 보면서, 나 역시 하나님 앞에서 선택적 미니멀리스트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휴대전화는 분실물 센터에서 찾았다) 물질의 풍요, 기술의 발전으로 풍요로울 것만 같은 삶에서도 결핍은 드러나고 지속된다.
넘쳐나는 자원 속에서 마음은 더 공허해지고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음을 경험한다면 쓸모없는 짐을 버리고 비워보는 것은 어떨까. 이를 통해 소중한 것을 되찾고 내 욕심이 어디까지 왔는지 또한 알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드러커는 피드백을 강조한다. 우리 신앙의 모습이 처음과 무엇이 달라져 있는지, 우리의 믿음과 구원의 확신이 쌓여버린 짐 더미에 가려져 버리진 않았는지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영원한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매거진 '마지막 겨울'
이메일 구독을 눌러주세요
글 최재훈
'최재훈의 패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재훈의 패션 이야기] 이것도 옷이 되네? 라이선스 브랜드 (0) | 2023.12.24 |
---|---|
[최재훈의 패션 이야기] 이제는 K패션까지 (0) | 2023.11.19 |
[최재훈의 패션이야기] 콜라보레이션 전성시대 (0) | 2023.10.15 |
[최재훈의 패션이야기] 귀여운 것은 무조건 옳다 (0) | 2023.09.27 |
[최재훈의 패션이야기] 교회여, 패션계에서 배워라 (0) | 2023.09.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