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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편지

[편집장의 편지] 차별하지 않고 질문하는 용기

by 마지막겨울 2023.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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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공부하는 곳에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별히 그 중에서 지금 나이지리아에서 온 포폴라 목사님과 같은 방을 쓰고 있습니다. 포폴라는 저보다 한 해 학교에 온 후배라고 할 수 있지만, 이미 나이는 50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는 나이지리아인들에 대한 그리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인도에서 살 때 ‘나이지리아인들은 대부분 사기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종적인 편견이 제게 있었습니다. 


이런 시각이 있다 보니 인간적인 교류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거리를 두고 적당히 지내려 했습니다. 


저는 이 곳에서 차가 한 대 있고, 포폴라는 차가 없습니다. 작년 언젠가 같이 학교를 가는데 차를 같이 타고 가자고 제게 부탁을 했습니다. 저는 당시 미라클 모닝보다 더한 새벽 3시에 일어나 일정을 시작하고 오후 9시까지 쉴 새 없이 일하는 한계 이상의 삶을 살았습니다. 시간을 1분이라도 아껴야 하기에 포폴라의 부탁을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포폴라의 반응은 제가 생각한 것과는 달리 아주 초연했습니다. 저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당당한 포폴라의 태도를 보고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학교에서 같이 특강을 만들어 하면서 조금씩 대화를 하고 알아갈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교의 대부분의 건물이 이사를 하였고, 저는 네덜란드인과 함께 건물을 사용하다 포폴라와 같은 방을 쓰게 되었습니다. 룸메이트가 된 것이지요. 이 방에서 저는 포폴라의 사연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목사님은 아주 귀한 사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복잡한 가정사를 가진 자신의 조카를 자신의 양녀 삼아 네덜란드에서 기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형제가 사망하자, 자신의 아내와 함께 딸을 나이지리아로 보내 장례에 참석 시켰습니다. 나이지리아 유학생의 경제사정을 고려해 보면 딸에게 화를 내며 생물학적 아버지를 그리워할 여유가 없다고 이야기 해도 무리가 없을 텐데, 엄청난 출혈을 한 것이었습니다. 슬픈 자신의 수양딸의 고통을 완전히 품어주었습니다. 


우리 주변에 외국인들이나 소외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의 편견으로 인해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겉 모습만 보고 내 마음에 단정을 지어버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것은 우리에게 손해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삶 속에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하나님과 이웃 사랑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람 사이의 장벽을 뛰어 넘기 위해서는 솔직하게 마음을 표하고 그 삶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도움을 줍니다. 사람들은 신뢰와 안전함이 있으면 자신의 마음을 나누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런 서로의 삶에 대한 나눔은 이 둘을 따뜻하게 엮어 줍니다. 인종과 피부색과 국경을 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교제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 때를 살아가는 우리는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많은 이들을 만나고 살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렇지만 때로는 한국인이라는 과도한 ‘국뽕’으로 인해 나누어주고 무엇을 가르칠 생각만 하고, 이들의 삶에 하나님과 동행하는 이야기와 이들이 어떻게 이웃을 사랑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자는 선생님에게 부담을 주지만, 친구는 기쁨을 줍니다. 굳이 선생으로 살고자 하지 않아도 됩니다. 마지막때를 살아가는 우리는 삶을 나누는 친구들을 통해 마지막까지 하나님과 이웃 사랑의 길을 따뜻하게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영원한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매거진 '마지막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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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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