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거침 없는 장난 짓, 미스치프는 누구?
지난 주말 <미스치프: 성역은 없다> 전시를 보러 대림 미술관에 다녀왔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에 한동안 예술 활동과 작품에 관심을 두지 못했던 필자에게 미스치프의 전시는 참신하고 번뜩이는 영감을 주었다. 온라인계의 뱅크시로 불리는 미스치프는 2019년 브루클린 기반으로 설립된 아티스트 그룹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로 많은 이슈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2주에 한 번 새로운 예술 작품을 드롭(Drop)하는 방식으로 내놓는 미스치프는 재치 있고 도발적인 작업을 통해 현대 사회와 예술계의 반항아이자 게임체인저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디자이너, 변호사 개발자 등 30여 명으로 구성된 그들은 자신의 메시지를 표현하기 가장 적합한 수단으로 예술을 선택한 것일 뿐 화가나 작가 등 한가지의 정체성으로 미스치프를 정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 인터뷰에서 미스치프의 CEO 가브리엘 웨일리가 했던 ”보이지 않는 세상의 규칙에 균열을 내고 싶다.”라는 말처럼, 어느 분야에서든 건드릴 수 없는 권위나 성역은 없음을 작품과 이 전시를 통해서 드러냈다.
금단의 선을 넘는 악동들의 예술 전시
대림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미스치프가 선보인 프로젝트들을 가까이서 보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다. 에르메스 버킨백을 해체해 만든 버켄스탁 샌들인 ’버킨스탁‘, 성수를 넣은 ‘예수 신발‘과 사람의 피를 넣어 만든 ’악마 신발‘ 등 여러 재밌는 작품들이 많았지만 그중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정치인에게 편지를 쓰면 어린아이의 글씨체로 바꿔주는 로봇이었다. ‘어린이 십자군‘이라는 제목의 이 프로젝트는 시민들과 소통이 어려운 정치인들이 인스타그램에서 화제를 끌기 위해 어린아이들의 말을 더 잘 들어준다는 점을 풍자하며 아이의 글씨체로 편지를 작성해 주는 로봇을 제작해 선보였다. 이렇듯 누구나 생각만 하고 넘어가는 주제에 재치를 가미한 디자인으로 즐거움을 주는 프로젝트가 준비되어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신세대에 도전받는 기득권과 그들이 세운 굳건한 성
패션, 예술, 정치 상관없이 젊은 청년들이 기존의 틀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현상은 역사적으로 자연스러운 수순인 듯하다. 그러나 사회 구조의 부패, 대기업의 횡포, 권력의 남용 등은 현대사회에 문제로 제기되면서도 쉽게 바뀌지 않으며, 그것은 기득권의 욕망이 기초가 된 굳건한 성에서 나온 부산물이다. 규모가 커지면서 놓을 수 없는 명예와 권리, 안전을 추구하며 변화하기를 주저하는 선택,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며 잃어버리는 본질과 인간성은 우리의 과도한 욕망 추구와 인간 죄의 본성에 기초한다. 그러나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언젠가 새로운 시대는 끝없는 도전 끝에 결국 그 담을 넘어 물을 흐르게 하며, 사람들은 그 흐름에 동조한다.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그 유튜버 뷰티풀 너드의 힙합 그룹 맨즈티어의 음악이 차트에 진입하고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는 현상도 인상적이다. 사라진 헝그리 정신과 실력보다 유명세를 얻기 위해 SNS에 더 집중하는 래퍼들의 모습, 허슬(hustle)하지 않으면서 쉽게 돈을 벌고자 하는 한국 힙합계의 인스타 래퍼, 티팔이 래퍼 등을 풍자하며 등장한 이 그룹이 예상외로 뛰어난 랩과 공연 실력을 보여주면서 한국 힙합에 지루함을 느꼈던 대중들은 한국 힙합 평균 실력보다 뛰어나다며 그들의 활동에 열광하고 있다. 그들이 이 힙합씬(Scene)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분명 누군가는 자극받을 것이고 이처럼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오래된 성에 균열을 만들어 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미스치프에게 배우는 마지막 때,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
우리가 미스치프의 예술 활동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삶의 태도를 알아보자. 우선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을 용기 있게 말하는 노력이다. 우리 삶에서 오랫동안 덮어둔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게 멀리하거나 감춰두었지만 해결되지 않는 그 문제를 그저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본인이 속한 회사, 교회, 학교, 가정 그 어느 곳에서든 가끔은 용기를 내보자. 내가 내는 목소리가 힘을 얻지 못하고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두 번째는 즐거움을 잃지 않는 것이다. 미스치프의 프로젝트 속에는 메시지와 더불어 소통과 장난, 재미가 섞여 있다. 인간관계에서도 위트를 첨가해 보고, 실없이 주고받는 농담에 웃어도 보자. 삶은 항상 즐겁고 행복할 수 없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고 기쁨을 추구하는 것이 마지막 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길을 걸어가는 힘이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본질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미스치프의 작품인 소금알 보다 작아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마이크로미터 루이뷔통 핸드백은 8,400만 원에 거래되었는데, 물건을 담아 들고 다니는 핸드백의 본질은 사라지고 브랜드만 남아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현상을 이야기하는 작품이었다. 이처럼 우리는 무엇인가에 물음표를 달 필요가 있다. 무의식적으로,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의 본래 목적과 우리가 속한 집단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다시 상기해야 한다. 마지막 때를 기다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세상의 물질도 개인의 쾌락도 아닌 복음이며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삶이라는 것을 매일 깨닫고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스스로를 점검해야 한다.
국내에도 이런 도발적인 예술 그룹이 나온다면 좋겠지만 아직 한국의 정서에 잘 녹아들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미국의 문화에 꽤나 너그러워 보이나 한국에서 미스치프와 같은 자국 예술가들이 여러 논란과 법정 공방을 겪으면서 오래 버티기는 힘들 듯하다고 생각하며 전시를 관람했다. 관람객 중 국내 여성복 브랜드 미스치프와 혼동하는 경우가 잦은데, 국내 패션브랜드 미스치프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전시장 내 동영상을 제외한 사진 촬영이 자유로워 SNS 업로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꽤 유익한 시간일 것이다. 마침 전시가 4월 28일까지 연장되었다고 하니 한 번쯤 다녀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영원한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매거진 '마지막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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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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