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나에게 뜻밖의 변화가 생겼다. 바로 첫 후임이 생긴 것이다. 그것도 나와 같은 포지션의 신입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입사했다. 나와 같이 비전공자 출신인데,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졸업학기에 창업에 관심이 있어서 개발을 시작하였고, 창업 경진대회에도 참여하여 수상을 한 경력이 있었다.
채용 기간 중, 수석님이 눈에 띄는 이력서라며 나에게 보여주신 적도 있었다. 부트 캠프 이외에 여러 경진 대회를 참여한 것이 특이하여, 나는 후임의 깃허브에 들어갔는데, 코드를 작성하는 스타일이 나랑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잘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신입과 실무에서 경력을 쌓아온 주니어 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는 법인데, 내가 후임의 코드를 봤을 때, AI의 도움이 아닌 본인이 직접 짠 코드라면, 신입 수준에서 괜찮은 실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후임은 23년 12월 18일자로 첫 출근을 하였다. 사실, 후임이 들어오게 되면서, 남에게는 말하지 않은 걱정을 하기도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골수면 어떡하지? 협업은 소통이 중요한데 협업 자체가 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라는 등의 걱정이 있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 ‘나와 성격이 다른데 나보다 더 뛰어난 개발자면 어떡하지?’ 였다.
이 마음을 갖게 되는데, 내가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인, 사울이 생각났다. 하나님께 기름 부음 받아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지만, 백성들의 인기에 목말라 하나님을 멀리하고, 다윗을 시기하고, 특히, 다윗이 적국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돌아왔을 때, 여인들이 말하는 “사울을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을 죽인 자는 만만이로다.” 라는 그 말까지 신경 쓰는 질투에 화신 말이다.
어렸을 때, 이 말씀으로 예배를 드릴 때면, 나는 사울과 같은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하며 사울을 우습고 답답하게 여겼는데, 지나친 확대 해석이겠지만, 자칫하면 내가 사울과 다를 게 없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만나고 보니, 나의 걱정은 기우라고 생각했다. 후임은 차분한 성격으로 보였고, 예의 있는 청년이었다. 만날 때마다 꾸벅 인사를 하는 그의 모습이 신입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좋은 매너와 태도를 가진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사울이 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우스워졌다. 후임이 개발을 얼마나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모습이 태도가, 협업을 잘할 수 있겠다는 인식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히려 그에게 배울 점을 찾게 되었다. 그는 docs를 잘 읽고 기술의 핵심을 잘 파악하는 거 같았다.
그래서 후임이 들어온 게, 나에게 없는 것을 보충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느꼈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새로운 얼굴이 오면 그를 경계하고, 자신보다 아래로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이 진정으로 사울과 같은 사람들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은 거 같기도 하다. 이 부분을 두고 기도하지도 않았다. 어떠한 사람이 와도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필요한 상황을 주실 것인데, 나는 오히려 내 관점에서만 생각했다. 앞으로 후임과 같이 협업할 일을 기대한다. 이 안에서 어떤 생각과 어떤 기도를 하게 될지 상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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