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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니의 하나님과 개발자

[워니의 개발자 일기] 나의 쓰린 수습사원 일기

by 마지막겨울 2023.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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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국비과정을 모두 이수하였다.


다음 해 5월,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회사에 취업하였다. 졸업하고 뒤늦게 취업했지만, 경제적인 수입이 생김에 감사하였다.

 

이 회사는, 지자체에서 지방세와 그 외 행정시스템을 웹을 통해 편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하는 회사이다. 나는 이 회사의 유지보수팀으로 합류하여 수습기간을 보내게 되었다.

 

처음 한 달은, 회사의 시스템과 각 지자체에 배포된 코드를 보며 흐름을 익히는 작업부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 달부터, 작은 일부터 하나씩 배정되기 시작됐다. 나의 위기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나에게 일이 배정되기 시작하면서, 팀장과 별도의 미팅을 가지게 되었다. 팀장은 미팅에서, 내가 이 회사에서 한 것과 알게 된 것을 ppt로 발표를 하게 했었다.어떻게 ppt 발표를 해야 할지 몰라, 선배들에게 자문을 구했지만, 여태까지 회사에서 신입 개발자에게 ppt 발표를 하게 한 적은 없었기에,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팀장과 1대1로 ppt 미팅을 하였을 때, 가차없는 혹평을 들었다. 사실 ppt 발표를 하기까지 어려운 업무가 있었다. 신입으로서 처리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업무를 감당하게 된 것이다.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값을 기존에 그려진 UI에 추가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이 경우, 고려해야 할 작업은, 데이터베이스에서 별도의 쿼리문이 있는 함수를 만들어줘야 하고, UI에서 그에 해당하는 공간을 확보해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에 설치되어 있는 데이터베이스 테이블 구조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테이블 구조가 전부 같지 않았다.

 
단번에 찾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테이블마다 값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쿼리문도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다. 해당 값을 브라우저에 보여주기 위해, css작업도 새롭게 해야 했다. 이러한 사정으로 발표준비를 제대로 하기가 사실상 불가했다.


이 일을 기점으로 나는 2주에 한 번 씩, 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받는 평가는 ‘부족하다.’, ‘실력이 없다’, ‘할 줄 아는 게 없다’라는 등의 혹평 뿐이었다. 심지어 칭찬을 해도, 말미에는 항상 나의 부족함을 아프게 찔렀다. 


‘이게 사회인가, 사회는 원래 다 이런 것인가?’

 

실수 하나에도 사람의 자존심이나 부족함을 뿌리까지 들쑤셔, 짓밟는 것이 바로 사회인 것을, 이 때의 일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내 팀의 주임이 다른 팀으로 직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팀장은 내게 주임의 역할을 기대했는데 신입인 내가 그것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속쓰린 발표 이후로, 과한 기대를 하는 팀장에게 나는 필요 없는 부속품처럼 보였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고작 2달 된 신입한테, 3년 된 주임 정도의 퍼포먼스를 기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 이었다.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었기에, 당시에는 그저 내가 부족하고 내가 한심한 존재로만 느껴졌다. 하는 수 없이 힘들고 지친 하루들을 보냈다. 

 

우습게도 회사는 수습 기간 3개월을 일주일 남기고 체중 감량을 요구했다. 이를 조건으로 수습기간 연장 통보를 받았다.
회사는 입사 조건에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것과 체중 감량이 있었다. 나의 의지를 보고 싶다 하였다. 뭐든 해보고 싶어 덜컥 동의를 했었다.

 

회사는 수습을 더 요구 했다. 이유는 팀장이 인정하지 못한 것과, 체중 감량이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회사를 더 다닐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이 회사를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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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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