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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거진 "마지막 겨울" lastwinter.kr
최재훈의 패션 이야기

[패션] 청지기는 명품을 입는다

by 마지막겨울 2023.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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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패션과 환경 위기를 맞은 인간의 대응

패스트패션이란 최신 유행에 맞춰 대량 생산되고 값싸게 판매하는 의류 및 패션 브랜드를 뜻한다. 이 제품들은 적은 비용을 들여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에 편승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소비되고 유행이 지나면 또한 쉽게 버려진다. 이를 주도하는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브랜드의 의류는 입다가 세탁할 때가 되면 버린다는 말이 생길 정도이며 패스트패션은 가볍게 사용되다가 빠른 기간 내에 폐기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유럽연합(EU)은 의류에 사용되는 폴리에스터와 아크릴 소재 의류에서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 양이 환경에 배출되는 미세 플라스틱 중 35%를 차지한다고 집계했다. EU는 2030년까지 기업들이 의류 제조 시 재활용 섬유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판매되지 않은 재고량은 공개, 재고 폐기를 금지하는 등의 패스트패션 규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국내 대기업들 또한 이러한 환경 문제에 대응해 리사이클 소재를 활용한 의류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패션을 표방하며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나타낸다. 국내 SPA 브랜드 매장은 폐 PET 병 가공 재생섬유를 사용한 니트와 패딩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재활용 옷을 구입해 입는 소비자들은 환경을 위해 좋은 선택을 했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소비자들이 실제로 그 옷에 사용된 재활용 섬유의 비율을 알기는 어렵다. 게다가 페트병이 의류로 만들어진 후에는 다시 재활용할 수 없다는 허점 또한 존재한다.

대한민국 20대 청년에게 패스트패션의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SPA 브랜드 의류를 소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제품군일 것이다. SPA 브랜드는 자체 생산 공장을 소유하고 있으며 대량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는 다양한 제품 선택의 폭과 빠른 생산 속도가 SPA 의류 소비하는 주요한 이유가 된다. 저자 본인의 의류 소비 유형을 보면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 속의 6할 이상이 국내외 SPA 의류이고 옷장 안의 SPA 브랜드 제품의 비율이 50~60 퍼센트 이상을 차지함을 알게 되었다.

비교적 수입이 적지만 많은 스타일링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언제부터인지 패스트패션이 마치 패션과 동의어처럼 느껴지기도 할 정도이다. 패션을 단순히 몸에 걸치는 의복이 아닌 개성 표현과 자기 과시의 주요한 수단으로 여기는 소비자들은 특정 브랜드나 디자인의 옷을 입음으로써 자신을 드러내고자 한다. 옷을 통해 유명인을 모방하거나 유행하는 아이템을 입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남과 동시에 쉽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의류 소비량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패스트패션과 환경 문제에 대응하여 기독교인으로서 우리가 가져야 할 관점과 이를 통해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와 생명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자연환경을 가꾸고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또한 우리는 세계의 주인이 아니며 그저 청지기의 역할을 감당해야 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우리가 선택한 일들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다하여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을 위해서는 법적인 규제뿐만 아니라 소비자 개개인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기업의 친환경적 행보가 단순히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소비자들의 의식적인 소비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자처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플라스틱과 폐그물 재활용 섬유를 사용하고 제품의 내구성을 우선으로 생각하여 오래 입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친환경적인 제품을 입는 것만으로도 친환경 의류산업이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는 발판이 될 것이다. 중고 패션 시장을 이용하는 것도 적극 권장하고 싶다.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제품들은 가격이 높기 마련이지만 유행에 반응하지 않고 더 오래 입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들이 그러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되팔 수도 있는 시장이 바로 중고 플랫폼이다. 이 구조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가치 중심의 소비 경험을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유행은 돌아온다. 쉽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옷이나 비싼 가격을 주고도 몇 번 못 입고 수년째 걸려있는 옷이 아니라 몇 년, 몇십 년 뒤에 옷장에서 꺼내도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자신 있게 입을 수 있는 제품들로 옷장이 채워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현명한 패션 문화와 소비문화를 이끌어가기 위해 구매하기 전에 정말 필요한 것인지를 생각하고 귀찮더라도 제품의 생산과정과 그 가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패션이 단지 눈에 보기 좋은 것만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제품들을 생산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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