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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찬의 강화기행 #2] 강화도와 우리의 끝날

by 마지막겨울 2023.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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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교회지도를 관람하던 동료가 관람 중에 이렇게 제게 물었습니다. “강화에 교회가 이렇게 많은 건가요?” 벽에 걸린 지도를 보니 정말로 수십 개가 넘는 교회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저도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그 많은 교회가 세워졌을까요? 그럼 지금도 남아있을까요? 강화를 대표하는 산은 마니산이지요. 가본 적은 없어도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산입니다. 단군 신화 속 성지인 마니산은 기독교와 딱히 연결점이 없어 보입니다. 기념관에서는 마니산(마리산)에 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강화 성도들이 그 곳에서 정기적으로 산기도(!)를 했고, 여기서 부흥의 불씨가 타올랐다는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산에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산 자락 끝에 있는 예쁜 카페에 가보았습니다. 카페 창으로 산자락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묘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사제들이 입었던 옷 ⓒ마지막 겨울, 정용찬


강화에서의 첫 세례는 예배당도, 마을도, 집도 아니라 선상에서 이루어졌다고 해요.


언젠가 지리산 자락에서 느꼈던 기운처럼, 마니산도 단단한 자태와 유별난 기운을 뽐내는 듯합니다. 강화에 기독교가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았겠지요. 강화에서의 첫 세례는 예배당도, 마을도, 집도 아니라 선상에서 이루어졌다고 해요. 한밤에 노모를 배에 태우고 달빛 아래서 선교사가 세례를 주었다는, 동화보다 더 아름답고 간절한 이야기입니다.


3. 역사기념관
이제 정말 솔직한 이야기를 할 때입니다. ‘역사기념관' 탐방은 역동적인 체험 활동에 비하면 조용한 활동입니다. 지루하고 따분할 수 있습니다. 혹 데이트나 휴가 코스로 삼기에는 위험할 지도 모릅니다! 역사 덕후가 아닌 이상 역사기념관은 시간을 때우는 자리가 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저는 각자의 테마를 가지고 역사기념관을 방문할 것을 제안합니다.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들을 나만의 인생 롤모델로 삼아본다거나, 선교사나 성도들이 써 내려간 감동적인 사연 속으로 깊숙이 빠져들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단체관람이라면 퀴즈나 미션 활동으로 즐거운 탐방을 꾸려갈 수 있겠고, 개인적인 방문이라면 자신만의 생각거리를 준비해가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들을 나만의 인생 롤모델로 삼아본다거나, 선교사나 성도들이 써 내려간 감동적인 사연 속으로 깊숙이 빠져들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저는 강화 기독교역사를 살펴보면서 그 역사의 후예인 우리가 써가야 할 역사에 대해 고민을 해봅니다.


 ‘여기 기록된 사건들이 지금 내 삶의 여정들과 관련이 있을까?’ 기념관 마지막 구간에는 일명‘언더우드의기도’로 알려진 그 기도문이 적혀있습니다(이 기도문이 언더우드의 것이 아니라고 최근 밝혀졌지만요). ‘지금은 예배드릴 예배당도 없고 학교도 없고 그저 경계와 의심과 멸시와 천대함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곳이 머지 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저는 이 문구를 제 나름대로 다시 써봅니다. ‘이제는 예배당도 학교도 가득한 은총의 땅이 되었으나, 여전히 우리는 멸시와 손가락질을 받습니다. 주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게 역사기념관은 선배들의 소망이 다 이루어졌다는 증거가 있는 곳이자 이제 새로운 역사를 이루어갈 시기임을 깨닫게 하는 곳으로 다가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강화도 기독교 역사 기념관의 종탑


끝으로 강화기독교역사기념관을 떠나며 우리 저널의 주제인 ‘종말’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봅니다. 종말은 끝이며 종착점입니다. 더이상 후속이 없는 완결이며 완성입니다. 기념관에 기억된 이름들은 자기 삶을 마치고 떠난 자들입니다. 그들의 행동들도 매듭이 지어진 과거로 남았습니다. 

후대에 자극을 주고,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그 자극과 영향은 그들이 남긴 유산인 동시에 우리가 맺어낸 우리 열매들이기도 합니다. 앞선 사람들은 그저 자신들의 끝을 향해 살았습니다. 끝난 뒤에는 자신에게 무엇이 있을지, 어디로 갈지 누구도 알지 못했습니다. 오늘 우리도 그 것을 알지는 못합니다. 


기독교역사가 남긴 유산 중 하나는‘모든 사람들은 끝을 향해 산다’는 명제일지 모릅니다. 누구나 종말을 향해 산다는 것입니다. 저는 차라리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종말을, 끝날을 살고 있습니다.’


기독교역사가 남긴 유산 중 하나는‘모든 사람들은 끝을 향해 산다’는 명제일지 모릅니다. 누구나 종말을 향해 산다는 것입니다. 저는 차라리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종말을, 끝날을 살고 있습니다.’


가깝지만 은근히 먼 강화까지 찾아온 분들이라면 여러분은 특별한 의미를 찾고자 길을 떠나신 분들이겠지요? 강화에서 종말의 삶, 끝날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잠시 머물러보면 좋겠네요. 강화를 방문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세 가지 이유로 이 기념관을 추천합니다. 


하나, 접근성이 매우 좋습니다. 김포에서 강화로 들어가는 길은 하나인데요, 이 기념관을 지나쳐야 합니다. 바로 길목에 있으니 잠시 들렀다 가시면 됩니다. 부디 이 기념관에서부터 강화 일정을 시작해보시길! 둘, 강화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 기념관은 ‘성령이 깃든 땅’으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세워졌습니다. 셋, 깨끗하고 쾌적한 새 기념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드문 방문객들을 반갑고 친절하게 맞아주시고 해설도 지원해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계십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영원한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매거진 ‘마지막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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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용찬,  나레이션 김누림
강화기독교역사기념관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강화대로 154번길 12-21
032-930-7147~7150
관람시간 : 9~18시
관람료 : 어른 2000원(단체 1500원), 어린이/청소년/군인 1500원
www.ganghwa.go.kr/G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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