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유적과 명소를 소개합니다. 블로그와 SNS에 수많은 맛집과 뷰가 좋은 ‘핫플' 정보가 있지만, 꼭 인생샷을 위해서만 여행을 떠나는 건 아닙니다. “교회 청소년들과 갈만한 장소를 추천해주세요” 하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주변의 기독교 명지들을 훑어보기로 했습니다. 잘 알려졌던 곳이라도 다시 감상해보고 의미를 되짚어보고 싶다는 소망도 생겼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유적지를 둘러보는 우리 마음도, 느낌도, 반응도 과거와는 다를 것 같습니다. 처음 소개할 곳은 최근 개관한 ‘강화기독교역사기념관’입니다. 기념관 이름을 키워드로 삼아 소개의 글을 써봅니다(상세 관람 정보와 주소는 글의 끝에 있습니다).
1. 강화
지역에도 브랜딩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독특한 명칭이나 매력적인 소개 문구는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요소입니다. ‘강화’하면 생각나는 어떤 이미지나 호칭이 있을까요? 우선, 기념관 이야기로 넘어가보겠습니다. 강화대교를 건너 강화 어귀에 자리 잡은 기념관은 새 건물 다운 깔끔한 외관을 자랑합니다.
저는 이 기념관에 들어섰을 때 새로운 공간을 향한 기대에 앞서 과연 충분히 만족할 만한 관람이 될지 궁금했습니다. 이천 원이라는 합리적 가격의 표를 끊고 들어서니 첫 번째 전시관 입구에 쓰여진 글귀가 저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성령이 깃든 강화”라는 기획 전시의 제목입니다. 이 문구가 제 기억에 여태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명칭을 잘 붙인 것 같네요.
“성령이 깃든 강화”라는 말을 저는 조금 의심했습니다. 기념관 로비에서 ‘성령의 땅, 강화'라고 크게 쓰인 것을 보면서도 ‘강화도만 성령의 땅인가?’ 하고 생각했더랍니다. 성도가 머무는 곳, 교회가 있는 곳은 어디라도 거룩한 곳일 테니, 강화만 유달리 특별한 땅이라고 부를 수 있겠나 하는 다소 비딱한 생각을 했지요.
신기하게도 이 생각을 하는데 기념관에 대한 호기심이 커집니다. 이 섬이 왜 ‘성령의 땅’일까? 어쩌면 이 말에는 자신감이 드러납니다. 강화의 기독교역사와 여기 성도들의 발자취를 성령의 일로 인정하는 확신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조금씩 전시에 집중해가는 저를 발견합니다.
이전에도 강화도에 기독교 유적 답사를 왔었습니다. 강화에는 상당히 많은 기독교 유적지가 있는데 관람 순서와 코스를 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강화에는 유적지와 더불어 원도심과 맛집, 전망대 등 둘러볼 만한 곳이 꽤나 많기도 하지요. 기념관에서는 강화 순례길 코스 서너 가지를 안내하고 있어서 여행자들이 강화 여행의 주 경로를 정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추천 경로들을 모두 둘러볼 수 없겠지만 그렇기에 이 기념관이 그동안 필요했습니다.
이 곳에서 강화의 기독교 유적 전반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강화의 근대 역사 정보까지도 설명해줍니다(상세한 역사는 강화역사박물관, 고인돌 공원 등을 가면 좋습니다). ‘성령의 땅, 강화’를 제대로 답사하려면, 그리고 강화를 보다 깊숙이 알려면 이제는 이 기념관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성령이 인도하시는 대로 순례길을 선택해 여정을 이어간다면 제법 괜찮은 강화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2. 기독교
선교사들은 대개 소속 교단이 있어서 교단의 정신과 방향을 추구하며 활동합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언더우드와 아펜젤러는 각각 장로교와 감리교 소속이었고, 이들은 자기 교단에 속한 교회를 세워나갔습니다. 한국에 감리교와 장로교가 많은 이유도 그와 관련이 깊습니다. 그런데 강화 기독교에는 독특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 기념관에서도 두드러지는 특징입니다. ‘성공회’의 약진입니다. 개신교에 같이 속해있지만, 대중에게 성공회는 낯섭니다. 기독교라고 할 때, 성공회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매우 적을 거에요. 성공회 서울교구 주교좌성당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교회가 아닌 ‘성당'에서 예배 대신 ‘감사성찬례'를 드렸지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제가 속한 교단의 예배와 차이가 많아서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강화에서만큼은 성공회가 기독교 역사의 가장 앞부분을 차지합니다. 최초의 한옥성당인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은 강화에서 꼭 가보아야 할 명소이기도 합니다. 이 기념관의 제일 앞쪽 전시공간에는 성공회 사료들이 있습니다.
성공회 사제(신부)들의 이야기와 유품들을 만날 수 있고, 성공회와 감리교라는 두 축으로 전개된 강화 기독교역사를 이해해 나가게 됩니다. 물론 교단 및 교파에 별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지요. 신자가 아닌데도 이 기념관을 방문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성공회 사료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개신교회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건 기념관의 독특한 장점입니다.
(다음편에서 계속)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영원한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매거진 ‘마지막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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