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 사고가 어떻게 발달 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악취가 나는 생각’으로 표현되는 중독성 사고 기제가 우리의 생존과 건강한 발달을 위해 우리가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일반적인 사고 기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중독성 사고로 언급했던 부정, 투사, 합리화 중 부정의 예로 들었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일어나지 않은 일처럼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정신에 대한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
죽음과 죽어감의 저자인 쿼블러 로스가 이야기한 죽음에 대한 다섯 가지 단계, 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에서도 첫 단계가 부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심리적으로 사용하는 방어기제는 어쩌면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을 수 있다. 이처럼 방어기제는 우리가 이성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불안을 통제할 수 없을 때, 스스로 자아를 붕괴의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사고 및 행동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독과 관련한 문제는 유전적이고 생물학적인 요인(선천적)과 환경적인 요인(후천적)이 모두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중독성 사고는 중독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중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전적이고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 모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먼저 중독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이고 생물학적 측면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중독은 화학적인 작용을 동반하기 때문에 생물학적인 유전인자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술을 예로 든다면, 쓴맛을 둔감하게 만드는 ‘TAS2R38’ 유전자 중 AVI형(알라닌-발린-이소류신)을 가지고 태어나거나 반대로 쓴맛에 예민하게 만드는 PAV형(프롤린-알라닌-발린)을 가지고 태어난다면 쓴맛에 대한 반응이 상이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AVI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배 더 많은 알코올을 섭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또한 술의 경우 숙취의 정도에 따라서도 알코올에 대한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체내로 들어온 알코올은 알코올 분해효소(ADH)에 의하여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분해되는데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어지러움과 두통, 구토를 일으키는 독성물질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몸은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다시 아세트산, 수분 등으로 분해하는데 숙취는 이러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얼마나 많이, 그리고 오래 체내에 유지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즉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서 쓴맛에 대해 둔감하게 반응하고 상대적으로 숙취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비교적 술에 대한 거부감이 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전인자로 인해 알코올과 같은 중독성 물질에 거부감이 덜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중독성 물질을 반복적으로 접하기 쉬울 수 있고 이러한 상황은 중독성 물질의 특징에 따라 금단과 내성을 심화하면서 중독성 사고의 발달 및 중독성 물질에 대한 의존을 발생시킬 수 있다.
다음으로 환경적인 측면에서 대해서 이야기하면 중독성 물질에 관대한 문화를 가진 나라일수록, 중독 문제가 있는 부모와 함께 지낼수록 상대적으로 중독 문제를 경험하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특히 이러한 환경적 요인 중에서 개인이 경험한 양육환경은 중독성 사고와 좀 더 깊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방어기제는 스스로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활용된다. 즉,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경우처럼 개인이 자
의적으로 통제할 수 없고 자아가 붕괴될 수 있는 위협적인 상황은 개인에게 일종의 외상(트라우마)으로 다가올 수 있다. 진단적 기준에서 트라우마란 큰 사고나 자연재해 등 심각한 사건을 겪으면서 경험하는 정신적 어려움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러한 외상 사건을 경험한 개인에게 사건과 관련한 특정 반응이 지속되는 경우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라고 한다.
특히 이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그 사람의 인지와 감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분노, 우울, 약물 남용 등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PTSD를 생각하면 살아가면서 트라우마를 겪는 일이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큰 사고, 자연재해를 직접 경험하는 일은 드물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상 사건은 그 사건을 경험하는 사람의 개인적 특성에 따라 그 피해와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즉, 이는 사람에 따라서 어떠한 사건이 트라우마가 될 수도, 일반적인 스트레스의 한 축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라우마의 저자 주디스 허먼은 이러한 트라우마의 대표적인 세 가지 증상으로 침투, 과각성, 해리를 이야기한다. 침투란 사건과 관련된 원치 않는 기억이 반복적으로 계속 떠오르는 것을 말한다. 침투에 대한 예를 들면 전쟁을 경험한 군인이 큰 소리가 날 때마다 전쟁 장면이 떠오르는 것과 같다.
과각성이란 지속적으로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하는데 위험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각성 되었던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과각성을 경험하는 사람은 이로 인해 잠을 자지 못하거나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해리란 의식이나 기억, 정체감 환경에 대한 지각 등이 분리되는 경우를 말한다. 해리에 대한 하나의 증상은 고통스러운 사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된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다중 인격 장애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트라우마는 상대적으로 자아가 형성된 성인일 때보다 자아가 온전히 발달하지 못한 어린 시절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앞선 트라우마의 증상을 통해 어린 시절에 경험하는 외상 사건은 중독성 사고와 중독 문제에 더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영원한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매거진 '마지막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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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라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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