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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마음을 보시는 하나님 앞에

by 마지막겨울 2023.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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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영화는 1996년 발간된 엔도 슈사쿠 작가의 소설 ‘침묵’을 원작으로 하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2016년 영화 ‘사일런스’입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대대적으로 천주교에 대한 종교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입니다. 

배경을 조금 더 설명하면 1500년대 당시 일본은 전국 시대를 거치며 서양으로부터 신문물의 도입을 위해 각 지방 다이묘(중세 일본의 각 지방을 다스리는 영주)들이 포르투갈 상인들과 원활하게 교류하며 덩달아 그들의 종교인 천주교 또한 받아들였는데요. 

서서히 천주교의 영향력이 커짐과 동시에 이를 배척하는 기존 토착세력의 반발 또한 커지게 되면서 두 세력은 여러 갈등을 빚다 결국 기존 세력이 승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작된 일본 내 신부와 천주교 신자들의 고난의 과정 속에 영화의 주인공 로드리게스가 있습니다.

예수회 소속 신부 로드리게스는 일본으로 선교를 떠난 자신의 스승 페레이라가 일본에서 배교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자신의 스승님이 눈부신 순교를 했으면 했지, 이교도 앞에서 굴욕적인 배교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던 로드리게스는 진실을 찾아 일본으로 떠나게 되는데요. 일본으로 간 로드리게스 신부는 몰래 숨어있던 신자들과 만나 교제하며 선교사로서 기쁨도 느끼지만, 이윽고 그들이 신자임이 발각되어 무참히 죽임을 당할 때 그 고통의 과정에서도 여전히 침묵하시는 하나님에게 절망하며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국 본인도 일본의 관리들에게 붙잡히고 말죠.

붙잡힌 로드리게스는 금방이라도 죽임을 당할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관리들은 신부들의 고난이 오히려 그들의 믿음을 굳건하게 만드는 수단이란 걸 알았죠. 하여 이미 신앙을 저버린 페레이라 신부로 하여금 로드리게스가 마음을 돌이키도록 설득하게 하고, 함께 붙잡힌 신자들을 고문하며 그를 궁지로 몰고 갑니다.

 마침내 로드리게스는 신자들을 살리기 위해 예수님의 얼굴이 그려진 성화를 발로 밟으며 배교를 선택하게 되죠. 이후 그는 별도로 지정된 구역에서 일본 정부의 감시를 받으며 평생을 살다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침묵의 이야기를 단편적으로만 보면 어느 한 예수회 신부의 일본 선교 실패담으로 보입니다. 일본에서 만난 자신의 스승은 소문대로 배교한 상태였고 본인 또한 사로잡혀 똑같은 전철을 밟았으니 말이죠. 역사는 그들을 그저 배교자로 기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배교는 사람들에게 비추어진 모습일 뿐입니다. 페레이라와 로드리게스는 사랑의 실천을 위해 신부의 모습을 버렸습니다. 그 모습이 하나님의 종으로 평생을 살아온 그들에겐 가장 소중한 것이었을 텐데 말이죠. 그들이 어떠한 형태로 남아있건 간에 오직 하나님만 아시는 그들의 마음을 주께서는 반드시 알아보고 이해해주셨으리라 저는 바라고 있습니다.

요즈음은 주일을 꼬박꼬박 지키고 기도하는 시간에 묵묵히 눈을 감고 있으면 자연스레 신자 딱지가 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연스레 신자로 칭함을 받다 보니 오히려 내 진심을 확인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실제 내 의사 선택에 있어 하나님을 하나도 의식하지 않는데, 내 마음에 하나님이 하나도 담겨있지 않은데 신자 껍데기만 쓰고 있다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신자로서의 확신은 제게 언제나 어려워요.

신자란 결국 주께서 다시 오실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그날에 과연 우리는 주께 무엇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주께서만 들여다보실 수 있는 것으로 우리를 판단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바로 우리의 마음이죠. 로드리게스와 페레이라가 모든 껍데기를 버리고 주께서 보실 수 있는 것만 남겨두었듯이, 저 또한 이 영화를 통해 결국 최후에 남겨두어야 할 건 주님만이 아시는 내 마음뿐이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주께서 그 진심을 알아주시길 바라는 만큼 타인의 품 속에도 그 누구도 모르고 하나님만 아시는 어떠한 마음이 있을 것이기에, 그들을 바라볼 때도 어느 정도 여백을 남겨두어야 한다는 깨달음도 얻게 되었죠.

결국 모든 진실과 진심은 하나님만 아시며 각자의 마음을 들여다보시고 판단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그날까지 신자에게 주어지는 과제는 잠잠히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는 일이겠죠. 힘들고 지치는 여정이겠지만 저는 그 모든 침잠한 순간에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저는 마지막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겨울
주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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